건설사가 설립한 청과물 도매법인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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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며칠 전 아래와 같은 뉴스를 보게되었다.

 

https://youtu.be/nVxxDwY6R_U?si=tmx29dNF9Co_Vh1y

 

대충요약하자면

 

  1. 청과물 생산자와 중도매인사이에는 경매를 진행하는 도매법인이 존재한다.
  2. 이 도매법인은 농산물과 관계없는 건설사가 설립한 법인이다.
  3. 청과물 가격이 오름에 따라 도매법인의 소득도 증가하게 되었다.

라고 할 수 있다.

 

댓글의 반응을 보면 항상 보이는 '세무조사' 부터 시작해서

왜 농산물 사이에 끼냐

회사를 박제하라

악의 축 중도매인을 없애고 정부가 개입하라

농민 등골 빼먹는 양아치다

 

등의 반응이 있다.

 

이 뉴스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공유하고자 이 글을 작성한다.

 

 

 

 

2. 수요와 공급

 

본인이 댓글 반응을 온전히 동의한다면 이런 글을 작성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유통구조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땅 크기가 아닌, 효율을 따져봐야 하는 문제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만약 단 한건의 택배를 구로에서 마곡으로 보낸다고 하면 네비찍고 실시간 추천 경로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택배는 기본적으로 집화지의 터미널에 모인 뒤 대전, 충남근처의 허브에 모여 분류를 거치고 도착지의 배송터미널로 보내서 해당 동네에 배치된 기사가 배송하는 시스템이다.

이런식으로 중앙에 한번 모여서 분류하는 시스템이 없다면, 택배 터미널 간 관계가 거미줄처럼 엉켜서 더 복잡한 물류망이 구성됐을 것이다.

 

본인이 농민의 입장이라고 생각해보자.

사과를 1000박스를 수확했다.

근처 청과물 시장에서 수요가 있지만, 20지점이 각 5박스씩만 필요하다고 한다.

농민 입장에서는 수량에 맞춰 배달을 하고, 결제를 받는 과정이 귀찮을 수 있다.

누군가가 한번에 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등장한게 도매법인이다.

 

도매법인을 간단하게 생각하면 네이버스마트스토어와 같은 중계플랫폼이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구매자(중도매인), 판매자(생산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인 것이다.

중도매인은 본인이 거래하는 지역시장이나 식당등에 납품할 것이고, 지역시장의 소매상인은 1박스 씩 or 낱개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것이다.

많은 생산량을 전국으로 분배해주는게 도매법인과 중도매인, 소도매인의 역할인 것이다.

 

택배시스템에서 도매법인은 메가허브, 중도매인은 배송터미널, 소도매인은 지역배송기사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도매법인도 필요에 의해 존재하는것이고, 수요가 있기에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효율이나 가격적으로 필요가 없다 느껴지면 이들은 이미 시장에서 도태됐을 것이다.

 

직거래로 구매하면 더 싸게 살 수 있다? 맞는말이다.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당신은 농부이다.

사과 1000박스를 수확했고, 40km 가량 떨어진 옆 도시에 직거래를 하기위해 1톤트럭을 구비하고 확성기를 달아서 그 동네를 돌아다녀야한다.

그런데 옆 도시는 많아봐야 10박스정도의 수요만 있고, 사람들은 대형마트나 시장 내 청과점으로 과일을 구매하러간다.

당신은 직거래를 하겠는가?

 

이제 당신은 소비자다.

사과를 2개정도 먹고싶다.

직거래를 하면 개당 가격이 반값으로 줄어들지만 40km 가량 떨어진 옆 시골마을에 가서 박스채로 구매해와야한다.

바로 앞 대형마트나 청과점에서는 2배가격으로 사과를 판매중이다.

당신은 직거래를 하겠는가?

 

어떤 사업자가 망하지 않는건 이들이 필요하기때문에 생존했다고 볼 수 있다.

식당이 망하지 않는건 손님들이 그 식당이 필요했기에 살아남은것이고, 네일샵이 망하지 않는건 주변 사람들이 그 네일샵의 서비스가 필요했기에 살아남은 것이다.

이유없이 살아남는 사업은 없다.

 

3. 여담

 

영상 말미에 문대림(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의원)씨의 인터뷰내용이 아래와 같다.

'농산물 수익이 1차 산업 쪽으로 재투자되는 것이 아니라, 건설업이나 서비스업 쪽으로 또는 특정 자본가의 부를 축적하는 수단으로(사용된다)'

너무 시야가 좁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매법인의 수익이 농산물 수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미술품 경매로 수수료를 챙긴 집단의 수익이 예체능계 수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도매법인의 수익은 물류, 중계로 인한 수익이지 이는 농산물 수익이 아니다.

농민들은 생산 이후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기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도매법인을 찾은 것이다.

 

최소한 시장 좌판에서 본인이 수확한 농산물을 파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본인이 판매에 관여하고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안다. 판매가 만만치 않은 일이란것을.

 

인지도없는 사과밭오너 김춘앵(가명입니다)씨가 어디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고객을 찾고, 사업자를 내고 잘 판매할 수 있는지 신경을 쓸 것 같은가?

전혀.

그들이 말하는 '열심히 땀 흘린 노동'은 수확에서 끝이다.

그 이후 판매는 장사치들에게 수수료를 주고 맡기는 개념이다.

 

유통구조를 줄이려면, 농민들이 장사치가 되어야하지만 농민이자 장사치가 되려는 농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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