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따로 목차를 나누진 않을 것이다.
시작하기에 앞서 미리 글을 읽는 당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인터넷을 충분히 경험한 당신들과는 달리, 당신의 부모들은 충분히 경험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전자의 경우 비교적 이런 허위/과대광고에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겠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당신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취약할 수 있다.
자식 된 도리로 부모를 한번 살피는 게 어떨까 권해본다.
당신이나 나나 어린 시절 메이플 자유게시판에 있던 아래와 같은 댓글을 진심으로 믿었던 사람들일테니 말이다.
"이 글을 복사한 뒤 다른 채널 게시글에 2번 복사 붙여넣기 하고 Alt + F4를 누르면 메소 999999999999와 메이플포인트 9999999999 캐시 9999999999가 들어와있습니다.
저도 거짓말인줄 알앗는데 진짜돼내요 다른 게시글에도 퍼뜨려주새요"
필자가 주방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 어머니가 탁자 위에 이상한 기기를 충전시키고 있었다.
흰색에 500ml 캔만 한 높이를 가진 Bar형 기기로 뷰티 디바이스로 보였다.
이게 무엇이냐는 필자의 물음에 피부숍을 하는 지인을 통해 구매했다며 답을 해주었다.
그에 이어서 충전이 잘 안 된다고 말해줘서 확인해 보니, 5V 2A전용 충전기만을 사용하라고 주의사항에 적혀있었다.
요즘 세상에 전압 맞추고 전류는 같거나 높기만 하면 되지, 휴대폰용 충전기도 사용하지 말라는 디바이스는 오랜만이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아이코스 충전기를 건네주며, 살 거면 괜찮은 걸 사는 게 낫지 않았겠냐고 물어봤고 어머니는 괜찮은 물건이라고 말해주었다.
찜찜한 마음에 구글과 네이버에서 검색을 해보았다.
해당 디바이스와 앰플을 판매하는 기업은 속칭 '다단계 회사' 였으며, 앰플에 줄기세포성분이 포함되어 있고, 디바이스는 멀리서 쏘면 피부에 바로 흡수되도록 설계되었으며, 디바이스에 내장된 LED는 향염, 피부탄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사실 필자의 어머니는 모든 분야는 아니지만 일부 분야에서의 유사과학을 믿고 있다.
또한 상품후기가 아닌 상품설명을 무조건적으로 맹신한다.
비타민 공급원으로서가 아닌, 산성체질설에 의해 레몬즙을 먹어야 한다던가
이온수, 수소수가 효능이 있다던가,
닥터불릿의 푸응 나이트버닝을 구매한다던가....
게르마늄(저마늄) 팔찌를 안 믿는 게 다행일정도로 가끔 구매해 오는 걸 보면 어질어질하다.
몇 년이 지난 일이지만, 아버지에 관한 조금 긴 에피소드도 있다.
그 시기의 아버지는 다시 한번 금연을 시도하려 했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 니코티닌이라는 알약을 90일분에 29만원 가량으로 구매했다고 하셨다.
인터넷을 통한 구매가 아닌, 연락처를 남기고 카드번호를 넘겨줘 결제하는 방식으로 구매했는데, 금연보조재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는 말에 성분표를 확인해 보았다.
별에 별 각종 식물추출물이 가득했고, 상품분류는 식품류(캔디류)라고 작성되어 있었다.
아래는 당시 촬영한 포장 후면 사진이다.
보고 구매했다는 광고를 보니 더 기가 찼다.
니코틴과 타르, 일산화탄소를 소변으로 배출한다고 광고하며, 이를 30일? 정도 꾸준히 섭취하면 담배가 역하게 느껴서 금연하게 된다고 광고하고 있었다.
광고 링크(모바일 환경과 유사하게 창 폭을 조절해야 보기 편할 것이다)
: http://mlanding.co.kr/nicothinin/type2/?ads_id=ODI5fF98MTA3fF98Nzc5fF98NDQzMDc1
10일분 무료증정된 걸 먹기 시작한 터라 나머지 90일 치는 포장이 살아있어, 그대로 전화 온 번호로 환불을 요구했다.
상대방은 이해했으며, 환불 부서에서 전화 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말과 다르게 오는 전화는 없었고, 나는 하루 50통 이상 판매자에게 전화를 걸어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자 택배비와 함께 포장하여 반품을 하라는 답변이 왔고, 택배를 보내기 위해 주소를 확인했으나 주소지 오피스텔의 호수가 택배상자에 기재되어있지 않았다.
호수를 알려달라는 연락을 해도 이젠 필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다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결제를 필자의 체크카드로 했기에, 우체국 카드에서 승인내역을 확인해 보았다.
PG사를 통한 승인이기에, 해당 PG사에서 승인내역을 확인하여 사업자번호를 알아냈다.
그 이후 비즈노에 사업자번호를 입력하니, 전화번호가 대표의 휴대폰번호로 올라와있는 걸 확인했다.
냅다 전화를 걸어 오피스텔 몇 호냐고 물어 알아낸 뒤, 택배를 보냈다.
하루 지나 도착했고, 검수 후 3일 이내 카드승인을 취소할 것이라 하여 전화세례는 일시 중단되었다.
하지만 2주가 지나도 취소는 되지 않았고, 몇 번의 전화에도 답을 회피하며 마지막에는 필자의 번호를 차단하였다.
이때부터는 판매자와 대표 둘을 번갈아가며 하루에 수백 통씩 전화를 걸었고, 이대로는 해결되지 않을 거란 느낌을 받았다.
그때부터는 빠른 해결을 위한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국민신문고를 통한 광고내용의 부적절함에 대한 민원과 소보원에 어떠한 일이 있었고 해결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몇 분이 지나 소보원의 연락을 받은 대표가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고, 이번 주 안에 해결해 준다고 약속하였다.
이 때는 이미 반품택배를 보낸 지 3주째 되던 날이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그 주 금요일이 되고 해결이 되지 않았다.
결국 전화와 추가 민원, 소보원 연락을 통해 차주까지는 무조건 해결하겠다고 연락을 받았고, 그다음 주 수요일에 카드 승인이 취소가 되며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글을 작성함으로 필자는 필자의 부모의 무지함을 알려 부모를 욕보이려는 의도가 없다.
단지 이 글을 읽을 어떤 부모의 자식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말이 있고, 이는 글을 시작하며 작성해 뒀다.
이제 스크롤을 다시 맨 위로 올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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