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규의 미룬이를 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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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좀 지난일이긴 한데 유튜브 팬페스트 코리아 2024에서 이제규씨가 미룬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왔다.

후렴부분에서 미룬이를 외치며 관객에게 호응을 요청하는 행동을 하였으나, 관객들이 노래를 몰라 반응이 없는 부분을 컷편집하여 유튜브상에서 '미룬이 사태'라 조롱받았고, 다양한 2차창작이 제작되었다.

 

최근 이 노래의 뮤비를 보며 가사를 천천히 들어봤는데, 왜 어른들의 동요라 했는지 약간은 이해가 됐었다.

이 글에서는 미룬이 가사 일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공유해보려고 한다.

 

 

2. 활발한 노래, 염세적인 가사

 

염세적(厭世的)
세상을 싫어하고 모든 일을 어둡고 부정적인 것으로 보는 것

 

과나가 작곡한 곡인만큼 단순하고 통통튀는 동요같은, 반복되는 멜로디와 뒤에서 받쳐주는 정박의 드럼이 정말 신나는 곡이다.

하지만 가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말이 좀 달라진다.

 

제목이자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미룬이'는 동사 미루다를 활용한 별명이다.

앞으로 해야할 일을 계속 미루는 사람을 미룬이라 지칭하는것이다.

 

노래를 여는 가사이자 반복되는 후렴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완벽하지 못할까 봐 지금이
내일의 나에게 일단 미루지
그러다가 돼버렸지 미룬이

시작이 제일 무서워 미룬이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되지도 못했지 나는 미룬이

 

정말 암울하고 뼈때리는 가사라 할 수 있겠다.

시작이 제일 즐겁던 어린이는 끝내는데만 급급한 어른이 되지도 못했다. 그는 미룬이.

 

가끔 나는 지인들이나 친구들과 대화하며 이런 말을 한다.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내일의 너는 멋지게 이 일을 해냈을꺼야'

 

결국 본인은 살아가며 과제나 일감을 미루고 미뤘지만 끝내는데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최근 취업준비를 할 때면, 끝내는데에 급급하지 않고 이 상황에 안주하며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주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도 하게된다.

 

이런 상황에 노래를 듣고있자니, 기분이 나쁘면서도 가사에 수긍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가사는 후렴에서만 나타나는게 아니다.

 

1. 빨래를 미룸

널부러진 양말밭 건너
옷 걸린 숲을 지나서

 

2. 설거지를 미룸

설거지 동산의 향기를 모르는척
침대에 누워

 

3. 동기부여 영상을 보는 것마저 미룸

이것(동기부여 영상)만 보고 힘내서 시작할꺼야
라는 열정을 불태우기 위해
일단 치킨을 먹는 나는

 

마음의 준비 없이 처음 노래를 아무생각 없이 들었을때는, 가사의 내용에 공감하며 심각한 자기혐오에 빠졌다.

그리고 정말 생각이 많아졌다.

내가 이러고 있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신체적 나이로는 어른이일진 몰라도, 정신적 나이로는 어른이도 어린이도 아닌 미룬이인게 아닌가 싶었다.

 

3. 마치며

뮤비에 대한 내용을 간단히 적고 마무리하려한다.

어린이의 옷차림을 하고 어린이의 행동을 하는 이제규가 2000년대생이 공감하는 학창시절 일과를 보여주고있다.

 

학교 앞 이발소나 신발주머니, 컵에 담긴 간식, Why? 사춘기와 성, 공책게임, 닌텐도 DS와 게임보이컬러등을 보고 필자도 공감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장면은 어린시절 이제규를 그의 아버지가 찍어준 비디오카메라의 영상이고, 현실의 이제규는 어머니의 빨래하라는 전화를 듣고 나중에 하겠다는 말을 하며 영상이 끝난다.

 

 

세상엔 필자같은 미룬이가 있다.

하지만 이런 미룬이들이 모두 어른이가 될 때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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